진짜 슈퍼맨을 만났다..미스터 테리픽의 전투, 휘파람을 넘다
김경민 기자
sib8ki2@naver.com | 2025-07-15 14:17:29
미스터 테리픽의 비틀 전투는 휘파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감각적이고 강렬했다. 이건 슈퍼맨의 진화다.
[슈퍼액션 = 김경민 기자] 2025년 여름 최고의 기대작인 DC 스튜디오의 영화 '슈퍼맨'이 개봉 첫 주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내면서 DC 스튜디오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이번 슈퍼맨은 기존의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아닌 제임스 건 감독과 배우 데이비드 코렌스웻이 새롭게 선보이는 리부트 작품이다.
헨리 카빌의 팬으로서 이번 슈퍼맨의 예고편을 접한 후, 기대보다는 걱정을 안고 극장으로 향하게 됐다.
시작된 기대, 그리고 완벽한 전환예고편 속에서 슈퍼맨은 짜증을 내고, 화내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지금껏 내가 알고 사랑했던 ‘진중한 슈퍼맨’과는 너무 달랐다.
특히 헨리 카빌의 슈퍼맨을 깊이 사랑한 사람으로서, 그의 절제된 감정, 신과 인간 사이에서 고독한 존재로 묘사된 그 느낌은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품격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제임스 건의 슈퍼맨이 “혹시 신경질적인 슈퍼맨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리고 제임스 건의 전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이미 한 번 실망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전부 달라졌다. 이건 진짜 슈퍼맨이었다.
2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으며, 제임스 건 감독이 칼을 갈고 만들었구나라고 느꼈다.
영화가 끝난 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또 보고 싶다’였다. 그 순간부터 헨리 카빌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처음으로 진짜 ‘슈퍼맨’을 만난 것 같았다.
“진짜 슈퍼맨은 외계인이 아니다.”제임스 건은 이 영화 전체를 통해, 슈퍼맨은 외계인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다.
슈퍼맨에 대한 렉스 루터의 분노는 인간이 외계 존재에 대해 가지는 증오에서 비롯된다.
또 슈퍼맨의 감정 기복 역시, 외계 존재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그의 역할과 현실의 충돌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그는 이방인이지만, 누구보다도 지구를 사랑하고, 부모의 가르침을 존중하며,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람을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희생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이에서 생기는 국가와의 갈등, 로이스 레인과의 이념과 가치관의 충돌 등이 그려지면서, 결국 이 영화는 ‘인간의 조건’을 향해 달려가는 슈퍼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가족’과 ‘사람’으로 슈퍼맨을 키운 아버지 '조나단 켄트'의 존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된다.
그는 기존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달리, 조금은 어리숙하고 여린 듯 보이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진실되고 따뜻하게 전달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슈퍼맨이 그 아버지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사실이다.
그 믿음은 단단한 뿌리가 되어, 클락이 자신을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지구를 자신의 고향으로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가디언즈의 향기, 액션 그 이상의 감성이 영화는 곳곳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재미있고,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등장하는 외계 괴물과의 전투 방식, 캐릭터 간의 티키타카, 유머와 눈물의 균형 등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와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의 결’이 살아 있다. 그래서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더 깊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특히 검은 마스크의 히어로 미스터 테리픽이 보여준 액션신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면으로, ‘가디언즈’의 욘두를 떠오르게 했다.
미스터 테리픽이 로이스 레인과 함께 슈퍼맨을 구출하러 침투한 그 장면에서, 그는 날아다니는 드론 ‘비틀 장비’들을 이용해 적을 제압한다.
비틀 드론은 벽을 타고, 회전하며, 공중에서 포지션을 바꾸고,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한다.
그는 손짓 하나로 드론의 경로를 조절하며, 음악과 리듬에 맞춰 적들을 쓰러뜨린다. 이 장면에서 제임스 건의 액션 스타일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다.
기존 슈퍼히어로 액션에서 보기 힘든 도구의 활용과, 감정이 개입된 전투가 아닌 정밀함과 리듬감 중심의 구조에, 유머와 미학, 그리고 효율성이 공존하는 액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가디언즈의 욘두가 휘파람으로 화살로 적을 꿰뚫던 전설적인 전투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건 명백히 “휘파람 그 이후에 보여준 최고의 제임스 건표 액션”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 감점을 하게 만든 유일한 이유는 슈퍼맨의 액션이었다.
이번 슈퍼맨의 액션에는 ‘새로움’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에 대해 기대했던 건 ‘감각의 진화’를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였다.
즉, 슈퍼맨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화려함보다는 그의 능력을 어떻게 시각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해내는가였다.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처음 보여줬던 음속 질주처럼, ‘힘과 속도’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할지가 궁금했지만, 결과는 익숙한 전투 구성과 이미 보여주었던 힘과 스피드의 표현 방식이 전부였다.
비행 장면은 아름다웠지만, 근접 전투나 적과의 충돌에서 오는 쾌감은 ‘예상 가능한 루틴’에 그쳤다.
그래서 영화의 하나뿐인 감점 요소로 작용했고,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액션보다는 휴머니즘, 즉 외계인이 아닌 인간 슈퍼맨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슈퍼맨의 액션보다는 미스터 테리픽의 액션 등으로 재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슈퍼맨’의 완성도는 흥행 성적으로 증명이번 영화 ‘슈퍼맨’은 정말 세심하고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액션, 감동, 유머, 휴머니즘, 갈등과 사랑이라는 모든 하모니가 어우러져 완벽한 슈퍼맨을 탄생시켰다.
흥행 성적으로 증명된 완성도 ‘슈퍼맨’의 완성도는 흥행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북미에서 개봉 첫 주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냈다.
현지 시간 13일, AP 통신 등 외신이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의 집계치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1일 북미 4,135개 극장에서 개봉한 ‘슈퍼맨’은 사흘간 1억 2,200만 달러(약 1,683억 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올해 북미 전체 개봉작 중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DC 스튜디오 작품 중에서는 2017년 ‘원더우먼’(1억 300만 달러) 이후 8년 만에 개봉 첫 주 북미 수입 1억 달러를 넘긴 작품으로 기록됐다.
결국 우리가 만난 슈퍼맨. 그는 외계에서 왔지만, 마음은 지구에 있고, 그의 정신은 사람인 아버지와 가족으로부터 탄생했다.
이번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강함보다 따뜻함으로, 정체성보다 관계로, 무엇보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단 한 명의 히어로가 아니라,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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