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극의<사조영웅전: 협지대자>,다음은 <금국의 유산>, 2·3편이 기다려지는 이유..

김경민 기자

sib8ki2@naver.com | 2025-06-11 14:29:34

- 무협의 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서극이 돌아왔다, 무협의 새로운 시대

[슈퍼액션 = 김경민 기자] 서극 감독의 무협영화 <사조영웅전 협지대자>가 중국 무협 영화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과를 보여주면서 새 시대에 걸맞는 화려한 연출기법이 더해진 무협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는 중국 춘절 시즌을 대표하는 흥행작으로, 개봉 첫날 2.58억 위안, 첫 주 5.44억 위안, 최종 박스오피스 약 6.89억 위안(한화 약 1,300억 원)의 무협 영화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과를 보였다.

무협 영화의 전설, 서극 다시 떠오른 무협의 향수

<사조영웅전 협지대자> 공식포스터-※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는 오랜만에 '서극다운 영화'를 마주하게 만든 작품으로, 마치 예전 80, 90년도에 인기를 끌었던 무협 드라마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였다. 기공의 연출과 화려하고 감성적인 미장센이 더해진 <협지대자>는 2025년에 걸맞는 새로운 시대의 무협영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으로 다가왔다.

서극의 황비홍 2편 공식 스틸(이연걸)-※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서극 감독은 무술, 무협영화를 세계적으로 흥행시키고 무협 영화의 전성기 시대를 이끈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연걸의 <황비홍>의 시대를 열고, <동방불패>, <소오강호>, <서극의 칼> 등 많은 무협, 무술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했다. 무협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주었던 서극 감독이, 다시 한 번 무협 영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협지대자>라는 검을 들고 돌아온 것이다.

리메이크의 정석을 보여준 작품, 내레이션과 음악이 만들어낸 감성

<사조영웅전 협지대자>는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주인공 곽정의 내레이션이 흐르며 강호의 무게와 운명에 대해 읊조린다. 이는 마치 예전 서극의 명작인 <서극의 칼>(1995)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로, 예전의 향수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곽정(샤오잔)-※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서극의 칼>은 여주인공 린이 주변 인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갔고, 그 시적인 감성과 고통스러운 내면 묘사는 검이 아닌 언어로 칼의 무게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협지대자>에서는 그 감성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감정을 진동시키는 음악, 시대의 탄식을 담은 내레이션, 그 모든 요소가 "서극의 무협이 다시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 공식포스터-※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최근 수년간 리메이크된 무협 영화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의천도룡기>, <동방불패>등은 화려한 색감과 CG가 더해졌지만, 원작의 감성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협지대자>는 달랐다. 곽정을 중심으로 황용과 화정공주, 구양봉와 홍칠공까지, 각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는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원작을 존중하고 재해석한 '부활'처럼 다가왔다.

무공의 깊이를 시각화한 액션, 기병술과 전략이 어우러진 액션

 <사조영웅전>에서 가장 밋밋하고 재미없는 부분으로 여겨졌던 몽골의 전쟁과 서사를 이토록 밀도 있게, 감성적으로 풀어낸 건 놀라웠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크게 다가온 감동. 이 영화는 '리메이크의 정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화정공주-※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기병술과 전략이 어우러진 액션 시퀀스들도 눈길을 끌었으며, 황용이 구양봉에게 쫓기다 위기에 처했을 때 등장한 화정공주의 기마 액션신은 새롭고 신선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군부대의 화살이 날아오고, 기병대가 등장한다. 말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는 화정공주, 그녀가 황용을 구출해내는 장면은 단순한 전투 장면이 아니었다.

이 시퀀스는 시각적 트릭이자 전술의 시뮬레이션처럼 느껴졌다. 관객조차 황용이 어느 말에 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혼란과 시선의 속임수 등을 사용한 연출이 전쟁의 전술과 무협의 무술의 대결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말발굽의 리듬, 감정과 긴장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마법 같은 장면. 강호의 싸움이 단지 검과 무공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이 장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구음진경과 황룡십팔장을 선보이는 곽정-※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협지대자>에서는 무공의 깊이를 시각화한 액션 설계를 보여줬다. 무공의 깊이에 따라 액션을 구분했다. 병사들의 전쟁 장면, 황용의 타구봉법은 타격 위주의 현실적인 액션으로 표현된다. 반면 곽정의 구음진경과 황룡십팔장은 CG를 활용한 기공의 흐름으로 그려졌다.

고수의 몸 주변을 감싸는 기류, 바람이 화살을 휘어 막아내는 듯한 보호막, 장풍의 궤도가 공간을 흔드는 장면들. 이전까지의 무협이 '기공이란 설정'에 머물렀다면, <협지대자>는 기공을 '보이는 감각'으로 재정의했다.

곽정의 경공술을 볼수있는 액션신-※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이러한 화려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이것이 기공의 싸움이며, 진짜 무공 고수의 싸움이란 것을 알려 주었다. 기공을 이용한 대결의 교과서처럼 느껴졌다.

독수리 떼와 몽골의 위엄, 초원과 도화도의 시적 미장센

<협지대자>에서는 무협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몽골의 초원과 도화도의 시적 미장센이 영화에 녹아들었다. 지금까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도화도는 도화도가 아니었다.

<협지대자>의 도화도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공간으로 표현됐다. 황용과 곽정의 러브라인과 어울리는 수채화 같은 도화도, 곽정이 초원을 왜 그리워하는지, 왜 그 땅을 지키고자 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은 아름다운 초원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바람, 수평선, 말, 침묵. 초원은 현실을 잊고 싶은 이들의 고향이고, 도화도는 신비의 섬,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칸과 마주하고있는 곽정- ※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몽골족들과 칸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몽골의 부대 등장과 동시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독수리 떼가 함께 등장한다. 이 장면은 단지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공간의 여백을 상징처럼 채우는 연출이었다.

하늘 위를 선회하는 독수리 떼는, 몽골족과 칸이라는 존재가 가진 권위와 자연적 위엄, 그리고 초원이라는 세계가 품고 있는 무한한 시야를 시각적으로 응축해냈다. 그가 속한 세계는 단순한 인간의 크기가 아니라 자연과 정령의 스케일에 가깝다. 독수리는 그 힘을 말없이 증명하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인물 비중과 아쉬움이 남지만,  삼부작으로 기획으로 기대되는 전개와 배우들

다소 아쉬웠던 점은 곽정에 쏠린 서사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비중 분배의 아쉬움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곽정은 영화 속에서 잘 그려졌다. 순수하고, 강단 있고, 성장하는 인물이다. 배우 샤오잔은 그를 감정적으로도, 액션적으로도 훌륭히 표현했다.

구양봉(양가휘)- ※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문제는 그 외의 인물들이다. 황용, 화정공주, 홍칠공, 구양봉 등 모두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곽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도와주는 사람'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화정공주와 황용-※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원작 속 황용은 <사조영웅전>의 두뇌였다. 묘책을 짜고, 곽정의 결정을 돕고, 강호의 판을 바꾸는 꾀주머니. 하지만 영화 속 황용은 감정 중심의 인물로 비중이 옮겨졌다.

황용-※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사랑을 좇고, 감정을 표현하고, 곽정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사가 그려진다. 감정적인 입체감은 살아 있었지만, 전략가로서의 황용은 없었다. 총명하고 냉철하게 전황을 파악하던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건 아마 2편과 3편을 위한 여백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 기대해볼 일이다. 영화는 단선적인 성장 드라마에 가까웠다. 물론, 이것이 1편이기 때문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곽정-※ 본 이미지는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서극 감독은 <사조영웅전>을 삼부작으로 기획했으며, 첫 편인 ‘협지대자’는 그 출발점에 있는 작품이다. <사조영웅전> 2편은 <금국의 유산(金国之遗)>이라는 부제로, 원작 소설에서 양강(杨康)의 플롯을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종 3편은 탐험기 또는 결말 중심의 <위국위민(为国为民)>이라는 타이틀로, 오리지널 스토리까지 포함한 마무리 전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배우들의 캐스팅도 탁월했다. 배우 겸 가수인 샤오잔은 곽정 역할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고, 황용과 화정공주 역의 배우들도 각자의 감정을 눈빛과 동작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비주얼이 좋았다는 평가로 그칠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강호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었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는 무협의 과거를 되살리고, 미래를 예고한 영화다. 기술적으로는 진보했고, 감정적으로는 깊어졌으며, 연출적으로는 균형을 이뤘다. 서극은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꺼내든 검은, 피보다 감정을 흘리게 만들었다.

(출처:※ 제작사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유튜브 공식 예고편. 저작권은 해당 권리자에게 있으며, 요청 시 삭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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